top of page
학생증.png
서도이 두상.png

학급서기

Name

서도이 [ Seo Doi /  桃怡 ]

Class Division

Etc

Male / 170cm / 54.6kg

2000.11.11

​□□□■

□□□■

□■□■

■■■■

​근민체정

​1214

서도이.png

No.25

외관.png

스스한 연분홍 머리칼 사이로 비스듬히 떨어지는 눈썹. 그 아래 은백색 홍채가 또렷하게 쌍꺼풀 진 두 눈에 담긴다. 짙은 눈가의 왼편에 콕 찍힌 눈물점은 길게 자라 치렁이는 앞머리에 가려지기 일쑤였다. 쉬이 휘는 눈매나 언제나 웃음기를 머금은 듯한 얇은 입술이 퍽 호감을 주는 인상이다. 그렇다고 마냥 순하고 둥글진 않은 눈매에 날렵한 얼굴 선이 간혹 서늘한 느낌을 주기도 하였다.

 

멀건 피부에 물에 탄 듯 옅고 탁한 색감이 내리쬐는 햇볕 아래에서는 유독 이질감이 드는, 흐린 날이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 본인도, 맑은 날은 흰 종이가 눈부시다며 햇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눈치였다. 백칠십에 겨우 닿는 키 치고는 비율은 나쁘지 않았다. 허우대는 느낌이 없을 정도, 딱 그만큼 적당한 길이였다. 다만 그 중에서도 손만은 길고 곧게 뻗어 보기에 좋다고.

 

의 자켓 주머니엔 늘 펜 몇 자루가 꽂혀 있다. 천운고에 다니는 1년 반 남짓한 시간 내내 비는 법 없이. 제법 빠르게 수명을 다 하는 것들을 개의치 않고 갈아 끼우는 것이 딱히 어느 종류에 집착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무수한 펜 클립이 스쳐 지나가 잔뜩 해졌어도 이상하지 않을 자켓 주머니는 오히려 다른 곳보다 말끔한 것이 새로 단지 얼마 되지 않아 보였다.

 

맞게 떨어지는 교복 핏. 아니, 품에는 맞았으나 길이는 조금 짧막했던가. 그러나 졸업 직전에 새로 맞출 정도는 아니었다. 교복을 제외하고는 별달리 걸친 것 없이 셔츠 위로 슬쩍 비치는 내의라든가, 새까만 스니커즈라든가 그런 사소한 것들이 그의 선호를 알게 했다. 마찬가지로 양 귓볼에 박힌 검은색 피어싱은 뚫은 지 적어도 몇년은 지난 듯 익숙하게 매만지곤 하였다.

 

당한 보폭에 흠없이 단조로운 걸음걸이는 그다지 시선을 끄는 구석이 없다. 유난스럽지 않은 발소리는 적막하였으나 이내 끊기거나, 느려지며 금세 리듬을 잃었다. 아마 주인의 안타까운 체력이 반영된 듯 싶다. 그렇게 그가 스쳐 지난 자리에는 어렴풋이 박하향이 감돌곤 하였다.

성격.png

Usually ▼

 

[ 차분한│현실적인│느른한 ] ─ “ 조급해 할 것 없어. ”

타고나길 느긋한 천성. 쉬이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난점을 타개하려는 행동은 간혹 무심하게 비치기도 하였지만 그는 상황에 냉정할 뿐, 실상 주변인에게는 평이하나 부드러운 어조로 은은한 안도감을 주었다. 지극히 현실적인 사고를 지닌 그는 애잔할 정도로 상상력이 없으며 그러기에 직접 보고 느끼는 것만을 믿는다. 외부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본인의 낮은 텐션을 유지하기에, 변화가 드물어 따분하다는 평도 있으나 다소 지루할 지라도 한결같은 면이 그답기도 하였다.

 

[ 꼼꼼한│세심한│정제된 예민 ] ─ “ 네 생일이 다음 주였지? 그럼, 알고 있어. ”

사소한 것이라도 메모를 해두는 것은 그의 오랜 습관. 늘 지니고 다니는 다이어리에는 빼곡히 일정이 들어 차있다. 그 중 불규칙적으로 먼슬리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친구들의 생일로, 매번 잊지 않고 축하 한마디라도 던져주곤 하였다. 이미 외워버릴 지경으로 들춰본 메모도 강박적으로 재확인하는 모습이 언뜻 까다로워보였으나 스스로를 관리하는 목적일 뿐, 타인에게 내비친 적은 없다. 주변인의 변화를 기민하게 알아차리는 것에 도움이 되기는 하였지만.

 

[ 친화적│맹목적 호의 ] ─ “ 괜찮아. 다시 해볼까? ”

몸에 밴 친절과 상냥함은 어렵지 않게 주변에 사람을 불러 들였다. 상대의 인상, 태도 불문하고 저는 당연하게 호의를 담아 다가가기에 첫인상도 좋은 편이다. 약자에게 헌신적인, 평범한 도덕관념을 가진 사람. 다만 약자의 범위가 깨나 넓은 것이 약간은 박애적으로 보일 정도 였다. 그럼에도 그는 선을 잘 아는 사람으로 쓸데없는 참견은 하지 않았으며 선의가 오지랖이 되도록 하지 않았다. 또한 역치가 극히 높아 어지간한 일에는 불편함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기에 그는 타인의 실수나 변덕에도 관대할 수 있었다.


 

Sometimes ▼

 

[ 수동적│우유부단│방관 ] ─ “ 응, 그렇게 하자. ”

언제나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일이 없다. 갈등의 전조부터 싹을 잘라내겠다는 듯이, 남을 휘두르기보다 휘둘려주는 성격. 그의 우유부단함은 천성이 아닌 전략적인 태도에 불과한 것으로 사실상 제 선호에 대해서는 확실한 편이다. 다만 의견 성취에 딱히 욕심이 없으며 될 수 있다면 남에게 맞추어 주는 것이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그의 선택이다.


 

Actually ▼

 

[ 선을 긋는│얕은 관계 ] ─ “ 별 거 아니야. 신경쓰지 마. ”

가볍게 어울리기 좋은 사람이었으나 알기에 쉬운 사람은 아니었다. 상대가 알아채기도 전에 제 이야기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은 그의 특기. 겉핥기식의 대화만으로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사회생활이란 본디 그런 것 아니겠는가. 무리 사이에 섞여드는 건 능하나 완전히 녹아들지는 않았다. 언제라도 한 발 물러 설 준비가 되어 있는 그의 호의는 한없이 무책임하였으나 거기에 본인의 의무가 없다는 것 쯤은 스스로 알고 있었다.

기타.png

▶ 徐 桃 怡 ; 서 도 이

 

Ⅰ. Birth

ⅰ-ⅰ. 2000년 11월 11일 생. 짙은 안개가 낀 새벽녘, 개담골에서 태어났다.

 

Ⅱ. Physical

ⅱ-ⅰ. 양 눈의 시력 평균이 0.7을 넘기지 못한다.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때엔 「줄이 달린 각 둥근 금테 안경」을 착용하나 평소에는 맨 눈으로 활동하기에 먼 곳을 바라볼 때 저도 모르게 눈가를 찌푸리곤 한다.

ⅱ-ⅱ. 극단적으로 육체 활동에 취약하다. 특별한 병증이 있는 것은 아니나 타고난 저질 체력에 더해 정적인 생활에 머무르는 탓에 근력이 늘 리 만무했다. 본인에게 개선할 의지가 없다는 점도 이에 한 몫 한다.

ⅱ-ⅲ. 가벼운 저혈압. 아침마다 전원이 들어오는 속도가 굉장히 느리다. 어지럼증과 두통이 올 때면 지그시 눈을 감는다.

 

Ⅲ. Habit

ⅲ-ⅰ. 집중이 필요할 때 「박하 사탕」을 한 알씩 까먹는 습관이 있다. 스스로도 이를 인지하고 있으며 그의 자켓 주머니 한쪽에는 언제나 여분의 사탕 뭉치가 들어있다. 그러나 정말로 어딘가에 몰입했을 땐 본인이 무언가 물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는 모양.

ⅲ-ⅱ. 식습관이 고르지 못하다. 크게 가리는 음식은 없으나 식사를 자주 거르거나 빵 한 덩이로 때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만 의외로 요리 솜씨는 나쁘지 않다. 그저 배를 채우는 행위에 미련이 없고 빵이 가장 먹기에 간편했을 뿐.

ⅲ-ⅲ. 이따금 안경을 쓰지 않고도 안경테를 밀어 올리는 동작을 하였다. 이내 제 행동을 깨닫고 머쓱하게 웃어넘기곤 한다.

 

Ⅳ. Analogue

ⅳ-ⅰ. 그는 디지털보다 아날로그를 선호하는 사람이다. 완벽히 21세기 사람인 2000년생에게 가당치도 않은 소리라 여길 지 모르나 그는 요즘 세대에 흔한 ‘e-Book’ 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여전히 종이책을 쥐고 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ⅳ-ⅱ. 그가 ‘기록’ 에 많은 공을 들인다는 것은 같은 반에서 한 학기 정도만 생활해도 공공연히 알게 되는 사실이다. 그의 모든 기록은 수기로 이루어지며 남달리 커다란 필통에는 가지각색의 「필기구」가 들어 차있다. 수업 내용을 공들여 필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개인적으로 지참하고 다니는 「똑딱이가 달린 가죽 표지 다이어리」도 꾸준히 사용하고 있다.

ⅳ-ⅲ. 순간을 남기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아마 ‘사진’일 것이다. 기록하는 행위에 도가 텄을 즈음 그가 관심을 넓힌 분야가 바로 사진. 다만 그는 취향 면에서 꽤나 단호한 편이어서, 전문가용 DSLR도 마다하고─이는 카메라 가방 그대로 서울 본가에 남아있다.─ 「필름 카메라」를 늘 챙겨 다닌다.

ⅳ-ⅳ. 그의 「작은 사과폰」은 이미 단종된 지 오래인 기종으로 액정도 조그맣고 이따금 먹통이 되기도 하지만 그 주인은 불만없이 사용하고 있다. 생일선물로 받을 당시에는 나름 최신 기종에 상위 모델이었으나 애초에 그에게 휴대폰이란 무선 전화기에 부가 기능으로 보급형 카메라가 붙어있는 정도의 쓰임새인지라, 아마 전원조차 들어오지 않을 지경이 되고서야 바꾸지 싶다.

 

Ⅴ. The others

ⅴ-ⅰ. 제법 정갈한 필체. 반듯하고 깔끔한 글씨체가 가히 서기라고 할만 했으며 평범한 A4용지에 단 두 글자를 적더라도 ‘오, 서도이구나.’ 할 수 있는 특유의 느낌 또한 있었다.

ⅴ-ⅱ. 수준급의 영어실력. 이미 중학교를 졸업할 때 즈음 웬만한 원서를 무리없이 읽어냈다.

ⅴ-ⅲ. RH+ O형. 헌혈은 매번 거절당해 해본 적이 없다.


 

▶ 漑 憺 ; 개 담 골

 

Ⅰ. 過去

ⅰ-ⅰ. 1997년, 개담골의 한 편에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젊은 나이에 성공하여 귀농 생활을 꿈꾸던 신혼부부는 개담골의 경치 좋은 자리에 주택을 지어 입주했다. 서이겸(徐利謙)과 백한결(白翰潔). 두말할 것 없이 그 신혼부부는 도이의 부모님이었다.

ⅰ-ⅱ. 2층 주택의 신혼부부는 인근의 부지까지 사들여 정원을 가꾸었다. 건축가인 남자와 플로리스트인 여자는 개담골의 경관에 깨나 큰 기여를 했으며 성실하고 금슬 좋은 젊은 부부는 마을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이들은 머지않아 아이를 가진다. 계획에는 없었으나 부부는 그 사실을 반겼으며 자신들의 아이를 품을 줄 알았다. 태명은 도화(桃花).

ⅰ-ⅲ. 2000년 11월 11일, 예상보다 이른 산통이 찾아왔다. 출산 예정일에 맞추어 서울의 산부인과에 예약까지 잡아두었으나 아이의 변덕으로 급히 산파의 손을 빌려 집에서 출산하게 된다. 태어난 아이는 제 엄마를 쏙 빼닮았다. 아이의 이름은 서도이(徐桃怡). 부부가 몇달 간 고심하여 직접 지어준 이름이었다.

ⅰ-ⅳ. 태어날 때 이미 제 변덕을 다 한 것인지, 도이는 점잖은 아이였다. 딱 제 나이만큼 아이다움은 있었지만 뛰노는 것보다는 앉아서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에 흥미를 보였다. 부모님을 닮아 미적인 분야에 두각을 드러내었다.

ⅰ-ⅴ. 귀농을 원하던 부부에게 개담골은 좋은 마을이었으나 성에 찰 만큼 아이의 교육이 가능한 곳은 아니었다. 부부는 도이가 배우고 싶은 것을 원없이 배우며 자라길 바랐다. 도이가 학교에 입학하기 전, 부부는 노후를 기약하며 서울로 돌아갈 것을 결심한다.

ⅰ-ⅵ. 2006년, 도이가 7살이 되는 해에 도이의 가족은 서울로 떠난다. 땅의 대부분은 매각하였으나 추억이 담긴 2층 주택만은 남겨두었다.

ⅰ-ⅶ. 이사간 후로도 도이의 가족과 개담골의 인연은 지속되었으며 종종 휴가삼아 들르기도 하였다. 그러나 어느 해부턴가 발길이 뚝 끊기며 이들의 어떤 소식도 들을 수 없게 된다.

 

Ⅱ. 現在

ⅱ-ⅰ. 2017년 7월, 11년간 비어있던 주택에 돌연 인기척이 들렸다. 그 전에도 빈집 청소를 위해 가끔 고용인이 들르기는 했으나 집 안으로 이삿짐이 옮겨지는 것은 명백히 주거를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본래 살던 3인 가족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말쑥한 남자 아이 혼자 뿐이었다.

ⅱ-ⅱ. 돌아왔구나!여전히 개담골에 남아있던 이웃들은 그 남자 아이가 신혼부부 사이에서 태어났던 아이라는 것을 금세 알아봤다.─이제는 ‘신혼’부부라고 하기엔 어폐가 있었으나─ 오랜만에 홀로 고향에 돌아왔음에도 낯도 가리지 않고 서글서글한 아이의 모습에서 이웃들은 부부의 모습을 겹쳐볼 수 있었다.

ⅱ-ⅲ. 전학 수속을 위해 도이의 부모님이 잠시 개담골에 들렀다. 그러나 그 구성원은 알던 것과 조금 달랐다. 분위기가 달라진 서이겸과 낯선 여자 하나. 사이가 그리 나빠보이지는 않았으나 이들은 도이의 집에서 하루도 묵지 않고 서울로 돌아갔다.

ⅱ-ⅳ. 작은 마을에는 금세 소문이 퍼졌다. 글쎄, 그 2층 주택 신혼부부가 말이여…. 허나 이보다 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것은 서이겸의 행색이었다. 이전과 많이 달라진 모습에 여태 긴가민가 하였지만 그는 분명 TV를 조금만 들여다 봐도 알 수 있는 정치계 인사였다. 사람들 사이에서 이 소식은 순식간에 알려졌다. 그 착실한 건축가가 정치를?

ⅱ-ⅴ. 그 뒤로 도이의 부모님은 개담골에 모습을 비치지 않았다. 그저 언론으로나마 근근이 소식을 알 수 있을 뿐이었다. 도이는 가족들과 꾸준히 연락을 하는 모양이었으나 제 입으로 타인에게 가족이야기를 꺼내는 일은 없었다.

ⅱ-ⅵ. 도이의 집에는 한달에 한 번씩 가정부가 들렀으며, 도이는 예전 부모님의 정원만큼은 아니지만 마당에 작은 화단을 꾸몄다. 이웃들이 주인이 바뀐 2층 주택을 다시 받아들이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Ⅲ. 傳說

ⅲ-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그는 믿음의 유무를 논하기도 전, 개담골의 전설에 무지하며 관심조차 없다. 애초에 영적 존재이라든지 미신을 믿는 성격이 아니었으며 유년기를 개담골에서 보낼 때 조차도 지극히 도시 사람이었던 부모님을 두어 전설에 관해 깊이 알 방도가 없었다.

ⅲ-ⅱ. 복숭아! 그건 사람 이름에 쓰는 한자가 아녀!어느 날 하교길에 한 노인의 외침을 들은 적이 있다. 난데없는 호통에 기분이 나쁠 법도 했으나 그는 그저 어쩌다 사주 보는 노인이 제 이름 한자를 전해 들었구나, 하고 사람좋게 웃어 넘겼을 뿐이었다. 작은 마을에서 있을 법한 일이라고, 자연스레 납득 가능한 방향으로 사고가 흘러갔다. 그는 그런 성격이었기에.

▶ 天 運 高 ; 천 운 고

 

Ⅰ. 전학생

ⅰ-ⅰ. 2학년 2학기. 새학기 시작과 동시에 천운고등학교로 전학왔다. 허나 마냥 새로운 페이스는 아니었다. 유년기를 개담골에서 보냈다면 누구나 들어봤거나, 한 번쯤 지나쳐봤을. 넓은 정원에 둘러싸인 2층 주택 아이.
ⅰ-ⅱ. 설령 네가 그를 기억하지 못할 지라도. 도이는 순식간에 2학년 1반에 섞여 들었다. 벌써 고교 생활의 반만큼, 혹은 개담골을 떠나있던 11년만큼의 괴리감을 지녔음에도. 전학생은 오히려 그 난점을 뒤집어 이용할 수 있는 이였다. 모르는 점이 있다면 이제 알아가면 그만 아니겠어?

ⅰ-ⅲ.얘, 그 분홍머리 전학생 말이야….

ⅰ-ⅳ.서도이 말이야? 어라, 걔가 전학생이었던가?

 

Ⅱ. 서기

3학년. 그는 어느새 학급서기 자리를 꿰찼다. 성실한 수업 태도와 학급 친구들에 대한 적당한 관심. 무엇보다 깔끔하고 보기 좋은 글씨까지. 딱 좋은 서기감이 아닐 수 없었다. 다만, 일면에서는 시험기간마다 공공연히 돌아다니던 도이의 요약 노트가 거기에 한 몫 했을 거라는 얘기도…….

 

Ⅲ. 진학

모의고사 성적은 늘 중상위권. 문과 과목은 따놓은 등급이었으나 이과 계열이 문제에 따라 기복이 있어 아쉬운 편이었다. 그러나 수업 내용을 빠짐없이 적고, 정리하고, 다시 읽는 그는 내신만은 놓치지 않았으며 탄탄한 학생기록부로 어렵지 않게 서울의 외국어 대학교에 합격했다. 수능 당일에도 여느 때와 다름없는 침착함으로 성적을 유지하여 오히려 등급은 조금 올랐다고.

 

Ⅳ. 졸업

학교가 폐교해도 개담골은 남아 있잖아.

진학여부와 관계없이 그는 졸업 이후, 서울로 올라갈 예정이었기에 1반 친구들과의 작별은 정해진 일이었다. 그에게 각자의 길을 걷는 것은 당연한 현실로, 이에 대해 본인은 큰 아쉬움을 표하지 않으며 눈에 띄게 슬퍼하는 친구들을 다독여줄 뿐이었다. 그러니까 우리 웃는 얼굴로 작별할까.

관계.png
21초살구두상

초살구

돌아보니 그곳에 있던, 내 옛 친구

11년 만에 돌아온 개담골. 막연히 장소만을 찾아 온 이곳에 자신을 기억하는 또래가 있을거라는 기대는 없었다. 그러나 어수선한 마당 너머, 담장 위로 빼꼼 고개 내민 너를 마주한 순간 깨닫는 사실. 아, 나는 이걸 찾아 왔는지도. 너는 언제나 휴대폰을, 나는 오늘도 종이책을. 완벽한 대비를 이루었으나 그러기에 속마음은 틈없이 맞닿는다고 생각했다. 같은 모양을 가진 퍼즐 조각이 있던가. 늘 사던 매점 빵이 어느 날부턴가 두 개로 늘어나고 우리의 주변에 정적이 가라앉아도 너와의 침묵은 아득한 기다림이 아닌 채워짐이 예정된 공백이었기에 편안했다. 어쩌면 너와 함께 서울로 가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우리 못다한 이야기는 조금 미뤄두어도 괜찮아. 네 책장 한 편을 맡아둔 찰흙 공룡처럼, 언제나 서로의 삶 한 자리에 존재할 테니까. 

​" 응, 그렇게 하자."

메모지.png

모두가 아는 사건

 

Invocatio - Peter Gundry The Ritual
00:00 / 00:00

본 홈페이지는 Google Chrome PC버전

1980 X 1080 해상도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Copyright 2019. Simyayoi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