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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황미연두상

예능부

Name

황미연[Hwang Miyeon/黃美蓮]

Class Division

Etc

Female / 164cm / 47kg

2000.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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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민체정

​2231

09황미연

No.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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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스타 지망생 아니랄까 봐, 언제나 반짝반짝. 잔뜩 멋을 부린다. 아침저녁으로 공들여 찰랑하게 관리하는 샛노란 탈색모, 유행에 맞추어 눈썹 위로 자른 가지런한 앞머리, 밝은 갈색의 또렷한 눈동자. 새침하게 삐죽 올라간 동그란 눈썹에 마스카라를 발라 속눈썹을 한껏 치켜올린 동그란 눈매, 쉴 새 없이 조잘대는 빨간 입술. 셔츠 자락과 멜빵은 멋 따라 풀어헤쳐 두었으며 날마다 반짝이며 빛을 내는 귀걸이와 손톱의 큐빅들이 간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반에 꼭 한두 명씩 있을 법한 꾸미기 좋아하는 요란한 애. 언제 어디서 누가 보아도 미연의 인상은 그러했다.

 

한눈에 들어올 만큼 빼어난 미인은 아니나 제 나름대로 모난 데 없이 귀엽고 예쁘장한 얼굴. 아직 젖살이 남아 있어 얼굴형이 동그랗고 코와 입술이 자그마해 어찌 보면 만화 속 캐릭터를 닮은 것 같기도 한 인상으로, 제 또래 아이들보다 조금 더 어려 보인다. 키는 그리 작지 않으나 손발이 유난히 작고 뭉툭한 편. 팔다리가 가늘고 곧은 것이 스스로의 자랑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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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생폼사

"그치만 그러면 스타일이 안 살잖아요, 쌤!"

폼생폼사, 폼에 살고 폼에 죽는다. 미간에 뾰루지 돋은 얼굴로 등교하느니 꾀병을 부려서라도 결석하길 택하고, 매일 저녁 학교에 남아 반성문을 써내는 한이 있더라도 교복은 언제나 '스타일 살게' 입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 때문에 미연은 입학 초부터 교무실의 단골손님이자 몇몇 깐깐한 선생님들의 눈엣가시로 등극하고 말았다. 수업 중에도 수십 번 거울을 꺼내 보는 미연에게 있어서 자신의 겉모습을 치장하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없어 보인다. 그만큼 무리를 해서라도 언제나 좋은 것, 비싼 것, 혹은 그렇게 보이는 것들을 걸치고 싶어하며, 유행에도 잘 휩쓸려 꼭 필요치도 않은 옷이나 신발을 사느라 용돈을 날려먹는 일도 다수다. 몇 달 전, 엄마가 챙겨 준 급식비를 빼돌려 유명 상표의 운동화를 사버린 미연이 한 달 동안 점심을 쫄쫄 굶어야만 했던 것은 1반 학생들 사이에선 유명한 일화. 물론 스스로가 초라해지는 것을 참지 못하는 미연은 돈이 없어서 못 먹는 게 아니라, 다이어트 중이라 안 먹는 거라며 뻔뻔하게 큰 소리를 쳤지만 말이다.

 

제멋대로인

"나 그거 싫단 말야, 역할 다시 정하면 안 돼? 응?"

한 번 싫은 것은 죽어도 싫고, 갖고 싶은 것은 죽어도 손에 넣어야만 하는 성격. 초등학생 시절, 학예회 연극의 주인공 자리에서 밀려난 미연은 악과 떼를 써서 주인공 역을 거머쥐었던 전적이 있다. 그야말로 이길 자 없는 고집쟁이로, 모든 것을 본인 마음대로 하기를 원하며 이미 정해진 규칙과 질서가 있다 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바와 다르다면 가뿐히 무시해버리기도 한다. 이른 아침 담임 선생님에게 '오디션 보러 서울 다녀올게요♡' 라는 깜찍한 문자 메시지 한 통만 달랑 남기곤 무단으로 결석해 그 날 수업을 몽땅 빼먹는다던가 하는 일도 꽤나 잦았기에 미연의 생활기록부 속 출결현황은 그야말로 난장판. 천운고의 교사들은 그런 미연을 바라보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곤 하였다.

 

주목을 바라는

"그래서 어제 내가 말야… 지금 듣고 있기는 한 거야?!"

언제나 자신이 집단의 중심, 주인공 격이기를 바란다. 기본적으로 쾌활하고 붙임성이 좋은 성격이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낯가림 없이 살갑게 다가가고 끼어드는 편이나, 남들과의 대화에서 상대의 말은 제대로 귀담아 듣지도 않은 채 자신이 하고 싶은 말, 그러니까 자기 자랑만 쏟아내곤 했기 때문에 미연의 또래 아이들은 그녀와 대화하는 것을 성가시고 귀찮다고 생각하곤 하였다. 주목받고 싶은 욕망이 강한데 남들이 좀처럼 자신을 바라봐주지 않는 것이 그녀로서는 꽤나 불만족스러운 부분이었던 것인지, 미연은 일부러 친구들의 시선을 끌고자 학교에 새 옷이나 화장품을 가져와 은근히 과시하는 태를 내거나, 사탕 같은 간식거리를 챙겨와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거나, 혹은 자신이 겪은 일들을 실제보다 과장해서 떠들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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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들었지? 미연이 걔, 이번에 아이돌 연습생으로 들어간대!"

"정말? 매일 오디션만 보러 다니더니, 드디어 붙었나 보네."

 

천운고뿐 아니라 개담골 전체에 퍼질 대로 퍼져버린 미연의 오디션 합격 소식.

이를 설명하기에 앞서, 우선 미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1. 가족에 대하여

가족 구성원은 어머니와 미연 두 사람뿐이며, 미연의 아버지는 아주 오래전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개담골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재래시장이 나온다. 미연의 어머니는 그곳에서 홀로 수육국밥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연은 주말마다 설거지나 서빙 등의 잡일을 도우며 용돈을 받고 있다. 어머니는 아버지에 대한 주제를 좀처럼 입 밖에 내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초등학교 2학년 겨울, 우연히 시장 사람들의 열띤 대화를 엿듣게 되어 알게 된 한 가지 사실은 아버지는 건너편 한복집의 과부와 눈이 맞아버렸고, 아내와 세 살배기 딸을 버려두고 그녀와 함께 어딘가로 야반도주했다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미연에게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그 사실에 큰 충격을 받지는 않았지만 그날 이후로 시장 사람들이 자신의 가족을 두고 수군대는 것을 또다시 듣거나, 그들이 자신에게 동정 섞인 호의를 베푸는 것이 느껴질 때면 어린 마음에도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너무나도 초라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 그것과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 것은 아무래도 그 시점이었으리라.

 

 

2. 꿈에 대하여

미연이 어릴 때부터 어머니는 홀로 가게를 운영하느라 바빴기 때문에 미연은 방과 후 집 안에 홀로 남아 있는 날이 잦았다. 그때마다 미연은 텔레비전을 보며 시간을 때웠다. 화면 속의 세상은 미연이 살고 있는 세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언제나 스포트라이트가 비추어지며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가득한 세련되고 화려한 세계.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레 그 세계를 동경하게 된 미연은 좁은 방 안에 앉아서 눈부신 조명 속의 연예인이 된 자신을 상상하곤 했다. 참으로 즐거운 상상이었으나 눈을 뜨고 현실로 돌아올 때면 자신이 앉아 있는 낡고 비좁은 풍경이 더욱더 초라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미연은 개담골에서 사는 것이 싫었다. 드높은 건물 하나 없이 보이는 것은 오직 산뿐인 촌구석이 싫었다. 누렇게 변색한 집안의 낡은 천장도, 물건을 살 때마다 한 푼이라도 더 깎아내기 위해 열띤 흥정을 해대는 억척스러운 엄마도, 주말마다 남들이 먹고 남긴 그릇을 치우는 일도. 이 모든 것이 그렇게 지긋지긋하고 싫을 수가 없었다. 미연은 생각했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이런 곳이 아니야. 나는 아주 화려하고 멋진 생활을 할 거야. 나는 이곳을 꼭 벗어나고 말 거야!' 그렇게 미연은 누구보다 빛나는 연예인이 되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스타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온갖 연예 기획사를 찾아가 오디션을 보기 시작했다. 춤이든 노래든 연기든 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다 해 보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결과는 항상 보기 좋게 탈락. 하기야, 아주 어릴 적부터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아 왔을 아이들 틈에서 미연이 빛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머니는 그런 미연에게 "연예인은 아무나 하는 줄 알아? 너, 공부 안 할 거면 가게 일이나 제대로 도와!"라면서 호통을 치기 일쑤였고, 시장 사람들 또한 이루지 못할 꿈은 빨리 접는 것이 좋다고 말하며 미연을 설득했다. 미연에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미연은 오기가 생겼다.

 

무단결석을 해서라도 오디션장에 더 자주 얼굴을 비추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해도 끈질기게 오디션을 신청했다. 그렇게 고등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도 그녀의 미련한 도전은 끊이지 않았고, 각 기획사 직원들 사이에서 미연은 '항상 오는데 항상 탈락하는 가엾은 애'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물론 본인은 그 사실을 몰랐지만. 혹시나 우연히 관계자의 눈에 띄어 캐스팅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한껏 꾸민 채 시내를 걸어도 보고, SNS에 부지런히 셀카를 업로드해보기도 했으나 알림창에 좋은 소식이 떠오르는 날은 없었다.

 

그렇게 성인이 되기를 앞둔, 열아홉 살의 겨울을 맞았다. 미연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모 대형 연예 기획사의 오디션에 임했고, 놀랍게도 당당히 합격하게 되었다. 몇 년간 이어진 미련한 도전의 행복한 결말이자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모두가 놀랐고, 미연은 행복하게 웃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기획사의 대표가 오디션이 열릴 때마다 끈질기게 도전하는 미연의 모습을 눈여겨보고 있었다는 모양. 아무튼 미연은 천운고를 졸업하자마자 서울로 상경하여 아이돌 연습생으로서 트레이닝에 전념할 예정이다.

 

현재 미연은 매우 들뜬 상태로 마치 자신이 벌써 데뷔를 코앞에 둔 것처럼 굴고 있다. 이제 첫걸음을 내디딘 만큼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 텐데.

 

 

3. 학교생활

성적은 하위권. 공부에는 흥미도 재능도 전혀 없는 것이나 다름없기에 수업 시간에는 거울을 들여다보며 화장을 고치거나, 옆자리 친구에게 쪽지를 보내거나, 엎드려 숙면을 취하는 등 수업에 전혀 집중하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지적을 받으면 잠깐 얌전해지는 듯하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원상태로 돌아와 버리기 일쑤. 따라서 수업 중 태도 점수가 깎인다던가 복도로 불려간다거나 하는 것은 매우 흔히 있는 일이었다. 얼마 전 치른 수능도 그저 엄마의 등쌀에 떠밀려 억지로 본 것이었기에 바닥 중의 바닥인 점수를 기록해 다른 학생들의 입시 경쟁에 아주 든든한 쿠션을 깔아 주었다. 물론 미연은 '나는 아이돌 할 거니까 성적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며 전혀 개의치 않았다. 

 

공부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에 반해 공책이나 필기도구는 언제나 고심해서 가장 예쁜 것으로 고른다는 것이 꽤 우스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분홍색 캐릭터 필통 안에는 언제나 색색의 형광펜과 펜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는데, 그것을 본 선생님들은 '필통만 보면 전교 1등'이라며 미연을 놀리곤 하였다. 공들여 고른 예쁜 필기도구들은 한 번도 뚜껑이 열리지 않았거나, 교과서에 의미 없는 낙서를 남기는 데만 쓰였다고 한다. 

 

앞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성실한 학생과는 거리가 먼 타입이라, 수업 시간에 땡땡이를 치거나 방과 후 청소 시간에 도망을 쳐 주변인들의 눈총을 받는 일도 다수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미연은 그저 놀기 좋아하는 학생일 뿐,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등의 탈선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 교사들은 '그래, 이 정도면 그래도 양호하지…'라며 마음속으로 체념의 눈물을 삼키기도 했다. 학급 부서는 예능부. 지루한 학교생활 속에서 예능부 활동은 그나마 미연이 흥미 있어 하는 것이었기에 나름대로 열심히 임하고 있는 듯하다.

 

 

4. 기타사항 

  • 좋아하는 것은 멋 부리기, 춤과 노래, 분홍색, 예쁘고 귀여운 것, 치킨버거와 매운 떡볶이.

  • 싫어하는 것은 지루한 수업 시간, 초라해지는 것, 그리고 수육국밥.

  • 상식이 부족해 기본적인 사자성어나 격언의 뜻을 알지 못하는 때가 많다. 맞춤법도 잘 지키지 못한다.

  • SNS 중독자. 하루라도 개인 계정에 셀카가 올라오지 않는 날이 없었으나 아이돌 연습생이 되기를 앞둔 현재, 있던 계정을 싸그리 정리한 상태다.

  • SNS뿐만 아니라 유튜브 등 개인 방송에도 잠시 손을 댄 적이 있다. 별 관심을 받지는 못하였으며, 얼마 되지 않는 조회수는 거의 본인이 스스로 만든 것. 이 역시 현재는 깔끔하게 정리한 상태다.

  • 교내 행사 장기자랑 시간에 항상 등장한다.

  • 주말마다 시장에서 가게를 돕는 것을 꽤 '쪽팔려'하는 듯. 혹시나 반 친구들이라도 마주칠까, 일할 때마다 언제나 모자를 눌러쓴 채 죽을 상을 하고 있다.

  • 합숙 행사에 가져온 물건으로는 헤어드라이어와 고데기, 화장품이 가득 들어찬 파우치와 헤어 롤, 휴대폰 보조 배터리와 충전기 등이 있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 빌리자.

05백다운두상

백다운

최신음악 선생님과 학생

유행에 죽고 못 사는 스타 지망생 황미연과 최신 트렌드에 어둡고 덤덤한 백다운. 두 사람은 1반에서 단둘뿐인 예능부 부원이지만 성격도 관심사도 전부 달랐다. 그러니 미연이 줄줄이 쏟아내는 온갖 연예인들에 대한 말들을 다운이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은 부지기수일 수밖에. "너 이 그룹 몰라? 얘들은? 아니, 쟤들도 모른다고?" 미연은 혹시 다운이 간첩은 아닐까,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도 했다고 한다. 아무튼 그렇게 미연은 다운을 붙잡고 최신 트렌드를 알려주기 시작했다. 딱히 열정적인 반응을 해 주지는 않으나 자신이 알려준 노래와 아이돌들의 이름을 점점 잘 기억하고 때로는 흥얼거려 주기까지 하는 (좀 엉성하긴 하지만, 뭐 어때!) 다운의 모습에 미연은 묘한 뿌듯함을 느끼고 있는 중. 다운을 기특하게 바라보며, 미연은 오늘도 이렇게 말한다. "나 데뷔하면 내 사인 들어간 앨범 선물해 줄게! 그 때도 내 노래 꼭 기억해 줘야 해?"

​"아, 내 예명은 뭐가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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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아는 사건

미연이 4년간 수없는 도전과 실패를 반복한 끝에 드디어 모 대형 연예 기획사의 오디션에 최종 합격한 것 (지난해 12월 말). 따라서 졸업 직후 서울로 상경해 아이돌 연습생으로 들어가게 되었다는 것.

17년 전 미연의 아버지가 아내와 미연을 두고 바람 상대와 야반도주했다는 것. (마을이 워낙 좁은 탓에 소문은 빨리도 퍼졌다. 따라서 알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 미연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이 사실을 접했다.)

천운초 3학년 시절, 미연이 학예회 연극의 주인공 투표에서 밀려났음에도 불구하고 필사적으로 악과 떼를 써서 주인공 역을 거머쥐고야 말았던 것.

 

몇 달 전 비싼 운동화를 사느라 급식비를 날려먹어 한 달 동안 점심을 쫄쫄 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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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발렌타인 데이 날, 익명의 누군가가 미연의 사물함에 초콜릿을 가득 넣어 두었던 것. 그리고 그 날 내내 미연은 그것을 은근히 자랑하는 태를 냈다는 것. (그러나 선물 안에 동봉되어 있었던 쪽지의 글씨가 미연의 필체였기에, 몇몇 아이들은 미연이 혼자서 쇼를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16우지아두상

우지아

갈림길에서 헤어진 우리.

그 누구보다 강렬하게 개담골을 벗어나기를 바랐던 미연과 지아는 마음이 퍽 잘 맞는 동료였다. 미연은 허황된 꿈이나 꾼다며 호통을 치는 어머니에게 시원하게 등짝을 맞는 날이면 곧바로 지아의 집에 눌러앉아 불만 보따리를 풀어내곤 했다. "개담골은 지긋지긋해! 난 이 촌구석을 떠나서 제일 멋진 스타가 될 거야." 우리 개담골을 떠나면 이걸 하자. 같이 이런 걸 하자. 지아와 함께 종이와 색연필 하나를 앞에 둔 채 미래의 계획을 세우는 것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미연은 그때마다 자신이 꿈을 이루어 빛나게 될 날이 정말로 머지않은 듯한 기분을 느꼈다. 오디션에 합격해 지아에게 당당히 자랑할 수 있게 되는 순간을 꿈꾸고 또 꿈꿨다. 그러나 영원할 것만 같았던 두 사람의 사이는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했다. 할아버지의 반대로 천운고에 진학하게 되어버린 지아가 미연의 앞에서 펑펑 울어버린 것이 시작이었다. 그날 이후 지아는 언제나 즐겁게 말하곤 했던, 개담골 탈출에 관한 화제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고 지난해 12월, 미연이 드디어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알린 날에는 아주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미연이 기쁜 마음에 함께 셀카를 찍으려 하는 순간 지아가 미연에게 소리를 치고 만 것이다. "안 찍어!" 그 짧은 비명과 같은 것을 듣는 순간 미연은 혼란에 휩싸였다. 내가 캐스팅되면 가장 기뻐해 줄 사람은 너라고 생각했는데.  너는 내가 꿈을 이루는 걸 바라지 않았던 거야? 완전히 틀어져 버린 두 사람은 평범한 급우만도 못한, 어색하기 짝이 없는 관계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서로의 사정을 묻지도 털어놓지도 못한 채, 그렇게.

Invocatio - Peter Gundry The Ritu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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